[직접리뷰해봤다] 삼성전자 갤럭시북 프로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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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한테 딱인데?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 프로 360’을 리뷰하기에 앞서 최근 삼성전자가 보여준 행보를 되짚을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28일 밤 11시, 삼성전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성 갤럭시 언팩’을 열었다. 이날 메인으로 다뤄진 제품은 갤럭시 북 프로와 갤럭시 북 프로 360 2종. 삼성이 스마트폰이 아닌 노트북으로 단독 언팩 행사를 한 건 처음이다.

 

행사에서 “노트북은 왜 스마트폰이 될 수 없을까”라고 화두를 던진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연결성, 연속성 등 ‘에코 시스템’을 강조했다. 갤럭시 북이 갤럭시 S시리즈와 연동돼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식의 그의 발언은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아이맥 등으로 잇고 있는 생태계를 연상케 했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에코시스템’의 중요성은 두 말할 게 없다. 모바일과 가전을 품은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에코시스템은 자사의 다양한 제품을 팔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 갤럭시 북 프로도 함께 쓸 경우, 특정 기기에서 하던 업무를 자연스럽게 다른 기기로 옮길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이나 사용자 경험이 개선됨은 물론이다.

 

다만 이는 두 가지를 전제한다. 먼저 ‘소프트웨어로 기기 간 연결성이 얼마나 원활한가’, 그리고 ‘기기 각각이 성능·사용성·가성비 측면에서 얼마나 괜찮은가’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노트북 제품군의 ‘에코 시스템’을 강조한 만큼, 우리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보지 않을 수 없다.

 

갤럭시 북 프로 360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15.6인치 투인원 제품으로 인텔 11세대 i7-1165G 7, 인텔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이 탑재됐다. 삼성전자로부터 대여했으며 제품 리뷰에 앞서 본 리뷰와 관련된 외부 개입이 없었음을 알린다.

 

성능은 좋지만 투인원이라고 하기엔

디자인은 삼성전자의 기존 노트북들과 차이 없이 무난하다는 평이 적당하겠다. 15.6인치 디스플레이에 알루미늄 외관, 브론즈 톤의 도장이 세련되게 나왔다. 특별히 튀는 데 없는 게 삼성전자 노트북만의 고유의 디자인적 문법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빼면 제품엔 15.6인치라는 투인원으로선 비교적 큰 크기에도 극단적인 얇기와 가벼움만 남는다. 11.9mm의 얇기는 여느 울트라북 계열 랩탑과 비교해봐도 얇은 편이며, 1.39kg의 무게는 투인원임을 빼더라도 충분히 경량급에 속한다. 200g이 채 안 되는 어댑터까지 생각하면 휴대성에 방점을 찍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포트 구성은 단출하다. PD충전과 DP 출력이 제공되는 USB-C 3.2 포트 2개, USB-C 썬더볼트 4 포트 1, 3.5mm 오디오 잭, 마이크로 SD 슬롯이 전부다. 그 흔한 USB-A, HDMI 포트도 하나 안 보인다. 제품의 얇기를 유지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아직까지 USA-A와 HDMI가 자주 쓰이는 걸 감안할 때 이들의 부재는 아쉬운 지점이다. 참고로 제품 구매 시 HDMI를 USB-C로 전환하는 젠더를 함께 제공한다.

제품의 성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CPU 기준으로 보편화된 벤치마크 테스트인 ‘씨네벤치 R23’ 기준 싱글코어는 1400점, 멀티코어는 4600점이 기록됐는데 이는 동급 울트라북 제품들에 비해 꽤 훌륭한 평점이다. 짧은 시간을 돌리는 ‘씨네벤치 R20’ 기준으로도 멀티코어 점수는 2000점을 넘을 만큼 훌륭한 성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는 제품 설계 덕분으로 보인다. 투인원 제품임에도 내부 쿨링이 듀얼 팬·히트파이프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같은 CPU, 그래픽카드를 쓰더라도 설계에 따라 제품의 성능이 크게 갈린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이런 설계는 충분히 환영할만하다. 또한 이 정도로 얇은 제품임에도 SSD 슬롯이 한 개 더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이 밖의 측면에선 몇몇 아쉬운 부분들이 보인다. 가장 먼저 지적할 부분은 디스플레이로, 300 니트가 채 되지 않는 밝기는 외부에서 다양한 각도로 쓸 일이 많은 투인원 제품에는 다소 부족하다. 또 OLED임에도 풀 HD급 해상도는 정말 아쉽다. 삼성 OLED에 이미 다양한 해상도의 노트북 OLED 라인업이 갖춰졌다는 점, 갤럭시 북 프로가 삼성전자 노트북의 하이엔드 라인업이란 점을 생각하면 더 그러하다.

 

더군다나 이 제품은 노트북 마니아 커뮤니티 사이에선 텍스트 시인성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픽셀의 하위 개념인 서브픽셀(소자)은 빨간색·파란색·초록색으로 구성되는데, 이 제품은 파란색 소자가 빨간색·초록색보다 두 배나 크다. 청색 소자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로 보이나, 텍스트 시인성에 민감한 사용자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투인원 제품으로서도 조명해보자. 디자이너들이 투인원 제품을 고를 때 주된 이유는 스타일러스 펜 때문인데, 와콤 사의 전자기 공명 기술을 쓰는 ‘S펜’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펜촉도 고무 재질로 디스플레이에서 미끄러지는 느낌 없이 일반적인 펜처럼 자연스럽게 써진다. 만약 이 제품을 구매한다면 S펜의 쾌적함이 상당한 이유를 차지할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몇 가지 사용성이 아쉽다. 가장 먼저 펜 슬롯이 부재하다. 파우치 같은 곳에 넣어 다니더라도 펜 슬롯이 없다면 종종 빠트리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또 펜을 쓸 때 손바닥 부분이 닿으면 펜과 무관하게 화면이 움직이는 현상도 있다. 

 

펜이 화면에 일정 거리까지 가까워지면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도록 ‘팜 리젝션’ 기능을 넣는데, 360 제품엔 이 기능이 다소 약했다. 이를 차단하는 별도의 장갑을 끼거나 화면 잠금 기능을 써야 한다.

또 전원 버튼의 위치도 다소 ‘에러’에 가깝다. 통상 투인원 제품들은 노트북 측면에 전원 버튼을 넣는데, 삼성전자는 이 제품에 보통의 노트북과 같이 키보드 우측 상단에 버튼을 배치했다. 이 경우 노트북 모드로 쓸 땐 상관없으나 태블릿 모드로 쓰다가 화면이 꺼져 재활성화해야 할 땐 불필요하게 노트북을 들어야 하는 절차가 생긴다. 그간 삼성전자가 투인원 제품을 자주 만들어온 만큼 경험이 있는 걸 감안할 때, 이런 버튼 배치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갤럭시 에코 시스템’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보인다. 긍정적인 면은 삼성전자 기기들의 연결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갤럭시 탭과 연동해 제품을 듀얼 모니터처럼 쓰는 ‘세컨드 스크린’ 기능, 기존 PC와의 연속성을 제공하는 ‘스마트 스위치’, 스마트폰 속 파일을 컴퓨터에 바로 전달하는 ‘퀵 셰어’, PC와 폰을 연동해 전화나 문자를 받을 수 있는 ‘사용자 휴대폰’ 등의 기능은 확실히 편리하다.

 

다만 이런 다양한 기능을 사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UI/UX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의 앱을 직접 찾아 켜야 하는데, 워낙 앱의 종류가 많다 보니 다소 복잡하다는 인상이 다가온다.

 

또 네이티브 앱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이 연동되는데 이 경우 제품 간 연결 절차가 매끄럽지 않다. 소프트웨어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서 꼭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지점이다.

갤럭시 북 프로 360에 대해 명확히 할 점은, 몇몇 단점에도 제품의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설계와 성능, 사용성 측면에서 동급 울트라북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는 제품이며, 세간에서 그간 삼성전자가 내놓은 노트북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13.3인치 기준 160만 원대 이상의 가격(리뷰 제품 기준 최저가 214만 원)은 다소간의 장벽임에 분명하며, 에코 시스템 측면에서는 경쟁 업체인 애플과 비교할 때 '패스트 팔로워'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글로벌 탑 티어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노트북에선 세계 5위 바깥의 '아더스(Others)'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회사 차원에서 자사의 모바일 방향성에 대해 좀 더 숙고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가격과 무관하게 삼성의 다양한 제품들을 연동해 쓰고 싶거나, 스타일러스 펜의 사용성을 중요시한다면 이 제품은 충분히 살 법하다. 혹시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독자라면 나의 스마트 디바이스 사용 패턴과 맞물려 판단하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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